내생적 발전의 5가지 사례 분석: 지역이 스스로 일어서는 힘

도시는 단순히 외부의 자본이나 정책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고 성장할 수 있다. 내생적 발전(endogenous development) 은 이러한 지역 내부의 자원과 주체성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이다.
아래에서는 실제로 이를 실현한 다섯 가지 국내·외 사례를 소개하고 핵심 요소를 분석한다.

1. 서론 – 내생적 발전의 개념과 중요성

정의: ‘내생적 발전(Endogenous Development)’은 지역 내부의 자원과 역량을 바탕으로 지역 구성원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발전 방식이다. 여기서 ‘내생적’이라는 말은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 아닌, 지역 안에서 비롯된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경제 성장이나 기반시설 확충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과 주민의 삶의 질을 함께 끌어올리는 발전을 지향한다. 이 개념은 1970~80년대 유럽의 농촌 공동체 연구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었으며, 이후 도시재생과 마을 만들기 담론으로 확장되었다. 현재는 개발 중심의 획일적인 발전 모델의 대안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내생적 발전의 4가지 핵심 가치

1). 주민 주도성 (Local Agency): 내생적 발전은 외부 전문가나 정부 주도가 아닌, 지역 주민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방식에 초점을 둔다. 이 과정에서 주민은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기획자, 운영자, 평가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사례 예시: 성미산 마을의 공동육아와 마을기업 운영은 주민 주도 모델의 전형이다.

2). 지역 고유 자원의 활용 (Utilization of Local Assets):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자연, 문화, 역사, 기술, 공동체 네트워크 등 잠재자원을 재발견하고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는 외부 자본 유입이나 대규모 개발보다 지속가능하며,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

사례 예시: 유후인은 온천과 자연환경, 지역 예술가라는 자산을 창의적으로 결합해 도시 브랜드를 만들었다.

3).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 경제적 이익보다 사회·환경·문화적 지속가능성을 우선한다.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의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생태적 관점에서의 자원 순환과 공동체 기반의 경제 시스템을 중시한다.

사례 예시: 순천의 도시 정원화는 생태 복원과 도시 이미지 개선을 동시에 달성한 지속가능 전략이다.

4). 관계의 회복과 강화 (Relational Regeneration): 공간의 물리적 재개발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장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고 강화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는다. 이는 공동체 의식, 신뢰,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기반이 되며, 장기적으로 지역 발전의 내적 동력이 된다.

사례 예시: 홍동면의 풀무학교와 유기농 운동은 교육과 생산, 삶을 하나로 묶는 관계 중심 모델이다.

2. 본론 – 5가지 대표 사례

사례 1. 일본 오오이타현 유후인 – 예술과 마을이 결합한 ‘조용한 기적’

  • 위치: 일본 큐슈 오오이타현
  • 핵심 자원: 온천 · 자연환경 · 예술가 커뮤니티
  • 전략: 소규모 예술축제·공방·민박 중심 문화형 관광지 조성
  • 공간 변화: 전통가옥을 활용한 마을 전반의 브랜드화
  • 성과: 방문객 지속 증가, 주민 주도 경제 자립, 삶의 질 향상
  • 시사점: ‘성장’보다 정체성 유지에 집중한 접근이 지속가능성을 높임

사례 2. 충청북도 제천시 의림지 – 생태자원을 활용한 시민 중심 재생

  • 위치: 제천시 중심부
  • 핵심 자원: 의림지(고대 수리시설) · 생태 자연 · 스토리텔링
  • 전략: 주민 참여 기반 생태공원화 및 지역 이야기 콘텐츠화
  • 공간 변화: 유원지를 생태 중심 공간으로 재설계, 커뮤니티 프로그램 확대
  • 성과: 가족 단위 관광객 증가, 시민 참여율 상승, 커뮤니티 활성화
  • 시사점: 하드웨어 개발보다 이야기·커뮤니티 강화가 핵심

사례 3. 서울 성미산 마을 – 도심 속 주민 자치 실험

  • 위치: 서울 마포구 성산동
  • 핵심 자원: 주민 네트워크 · 공동육아 · 생활 협동조합
  • 전략: 교육·주거·생활문화 전반을 주민 주도로 구축
  • 공간 변화: 공동체 공간·공유주택·마을기업 등 생활 기반 자립
  • 성과: 대안적 도심 공동체 모델로 주목, 사회적 경제 확산
  • 시사점: 관계 재생이 공간 재생보다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음

사례 4. 전라남도 순천시 – 주민 참여형 도시 정원 프로젝트

  • 위치: 전라남도 순천시
  • 핵심 자원: 동천(하천) · 순천만 습지 · 생태 인프라
  • 전략: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와 연계해 도시 전체 정원화
  • 공간 변화: 하천 복원, 정원도시 조성, 친환경 교통 확충
  • 성과: 도시 이미지 혁신, 관광객 급증, 지속가능 계획 선도
  • 시사점: 자연·공공공간 기반 생태 브랜딩 성공 사례

사례 5. 충남 홍성군 홍동면 – 유기농과 마을학교의 지속가능 모델

  • 위치: 충청남도 홍성군 홍동면
  • 핵심 자원: 유기농 농업 · 풀무학교 · 지역운동
  • 전략: 교육·농업·협동조합 결합 지역 자급자족 시스템
  • 공간 변화: 농촌 정주 기반 강화, 청년 귀농 유입 확대
  • 성과: 농촌 소멸 위기 극복, 지속가능 공동체 생태계 형성
  • 시사점: 지역-교육-경제의 유기적 연결로 농촌도 내생적 부활 가능

3. 공통점과 시사점

위에서 살펴본 5가지 사례는 서로 다른 지역과 조건에서 추진되었지만, 놀랍도록 유사한 원칙과 흐름을 공유하고 있다. 이 공통점은 앞으로의 지역정책이나 도시재생 전략에서 내생적 발전을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1. 주민이 주도하는 구조

모든 사례에서 핵심은 ‘사람’이다. 외부 전문가나 관 중심이 아니라,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에 옮겼다는 점에서 큰 공통점을 보인다. 주민이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주체로서 움직일 때, 발전은 지속 가능성과 정체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2. 지역 고유 자원의 재발견과 재해석

내생적 발전은 ‘없는 것’을 외부에서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지역 안에 있는 자원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자연환경, 공동체 네트워크, 오래된 시설 등 외부에서 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요소들이, 해당 지역만의 특별한 자산으로 전환된다. 유후인의 예술자원, 순천의 생태, 홍동면의 유기농 전통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3. 작지만 탄탄한 분산형 전략

이들 지역은 대규모 개발이나 외부 자본 유치를 통한 급속한 성장보다는, 소규모·분산형 전략을 통해 지역의 자립 기반을 조금씩 다져가는 방식을 택했다. 민박, 소규모 마을기업, 공동체 프로젝트처럼 작지만 지속 가능한 단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전체 지역의 회복력을 높였다.

4. 공간이 아닌 관계의 회복

물리적 공간을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장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었다. 주민들 사이의 신뢰와 협력이 형성되고, 지역 안에서의 소속감과 주체성이 강화될 때 비로소 지역은 살아나기 시작한다. 성미산 마을이나 홍동면은 그 관계 회복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를 정리하면, 내생적 발전은 하드웨어 중심의 재개발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지향한다. 핵심은 속도나 규모가 아니라 지속성과 주체성, 그리고 고유한 지역 정체성의 재발견이다. 향후 지역정책이나 도시계획이 주민 주도형으로 전환되고, 내부 자산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보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이 가능할 것이다.

공통 특징설명
주민 중심외부 전문가·기업이 아닌 지역 주민 주도 구조
고유 자원의 재해석역사·자연·문화 자산을 새롭게 가공해 활성화
소규모·분산형 전략대규모 투자보다 지속가능·자립성 집중
관계 강화공간보다 사람-사람·사람-장소 관계에 무게

결론

내생적 발전은 화려한 외부 투자보다 사람과 장소의 관계를 중시한다. 다섯 사례에서 확인했듯, 지역은 스스로의 힘으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 핵심은 주민의 주체성고유 자원의 창의적 활용이다. 여러분의 지역도 이 전략들을 참고해 자립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그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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