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지역개발(sustainable regional development)은 단순히 특정 지역의 경제를 부흥시키는 것을 넘어, 환경 보전, 경제적 자립성, 사회적 통합성이라는 세 개의 축이 균형을 이루어야 성립된다. 도시화의 그늘 아래 빠르게 변화하고 소외되는 지역들이 늘어나는 지금,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지역개발의 핵심 전제가 되었다.
이 글에서는 지속가능한 지역개발을 구성하는 세 가지 핵심 조건—생태적 지속성, 경제적 자립, 사회적 통합—을 중심으로 각 조건의 이론적 근거와 실천적 쟁점을 검토한다.
1. 생태적 지속성: 환경은 자원이 아니라 전제다
지속가능성의 출발점은 생태적 관점이다. 지역개발이 환경 파괴를 전제로 삼을 경우, 단기적 성과는 가능할지언정 장기적 회복력은 담보되지 않는다. 생태적 지속성이란 단지 자연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생태계와 인간 공동체가 상호의존하는 구조를 인정하고 이를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다.
- 생태자산의 재발견: 하천, 농경지, 산림 등 지역의 자연 인프라는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조건이다. 생태자산은 장소성과 지역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경관 보전뿐 아니라 교육·관광 자원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 탄소중립과 순환 시스템: 지역개발은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하며, 지역 내 재생에너지, 로컬 푸드, 폐기물 순환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 기후 적응형 공간계획: 홍수, 폭염, 가뭄 등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도시 및 농촌 설계가 필수적이다. 레질리언스(Resilience)는 생태적 회복력의 또 다른 이름이다.
2. 경제적 자립성: 성장이 아닌 생존 가능한 구조
지역개발이 흔히 빠지는 함정은 **’성장 중심 개발주의’**이다. 대규모 외부 투자 유치, 산업단지 조성, 관광자원 개발 등은 단기적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지역 내부의 경제적 자립 기반이 형성되지 않으면 지속가능하지 않다.
- 로컬 이코노미 강화: 지역 내 자원과 인력을 활용한 소규모 경제 생태계가 중요하다. 로컬 브랜드, 마이크로 비즈니스, 사회적경제 조직 등은 지역순환경제의 핵심 축이다.
- 다중 가치 기반의 경제모델: 경제적 수익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환경적 편익을 함께 고려하는 삼중회계(Triple Bottom Line) 기반의 모델이 요구된다.
-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 단순 고용 유발이 아니라, 지역의 특성과 연계된 전문성과 정체성을 가진 일자리 모델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문화기획자, 농촌 리서처, 지역학 기반의 콘텐츠 개발자 등이다.
3. 사회적 통합성: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개발과정에서 배제와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그 개발은 지역사회의 해체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지역개발은 참여, 포용, 연대라는 사회적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
- 주민 참여형 기획과 실행: 정책 결정 과정에서 주민은 ‘이해당사자’가 아닌 ‘공동 기획자’로 참여해야 한다. 퍼실리테이션, 리빙랩, 타운홀 미팅 등 다양한 협치 메커니즘이 이를 뒷받침한다.
- 세대 간 연계와 교육: 지속가능성은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지역의 역사·문화·환경에 대한 교육과 세대 간 대화의 구조가 중요하다.
-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노인, 이주민, 청년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공간적 접근성과 제도적 포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통합적 사고 없이 지속가능성은 없다
생태, 경제, 사회 각각의 조건은 독립적이지 않다. 지역의 생태자산은 경제의 토대가 되고, 경제적 자립은 사회적 통합을 가능케 하며, 사회적 통합은 생태를 보호할 집단적 의지를 형성한다. 이 세 가지가 하나의 체계로 통합될 때, 비로소 지역은 지속가능한 생명력을 갖게 된다.
어반하이브는 이 통합적 시선을 바탕으로, ‘공간+문화+사람’을 연결하는 지역개발 전략을 연구하고 실천한다. 지속가능성은 선언이 아니라 구조이고, 의도가 아니라 실천이다. 우리의 도시는 다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을까?